1 나는 누구인가?2020. 3. 18. 09:04

 

창밖을 바라보니 한 남자가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나왔습니다. 단정한 옷차림에 깔끔한 외모는 누구라도 호감이 갈만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표정을 보니 편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마음이 복잡해 보입니다. 그 사람은 한적한 공원길을 따라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여기 제시한 이 한 사람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는 존재일 수도 관심이 있을 만한 대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을 보는 동안 순간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상들을 관찰하게 됩니다. 주의 깊게 본 것이 아닐지라도 혹시 그 사람에 대해 외모, 연령대, 입고 있는 옷의 색이나 모양 등을 물어본다면 대략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힘들기는 하겠지만 좀 더 나아가서 직업이나 종교 등이 무엇일지 물어본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의견을 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지극히 제한된 정보이긴 하지만 그 사람의 옷차림이나 외모에 대해 부러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어두운 표정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수많은 사람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갑니다. 북적거리는 인파를 헤쳐가며 출근을 해야 하고 직장에서는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는 조직이 있고 집에 가면 가족들이 있습니다. 또한, 당장 눈앞에는 안 보여도 내가 관계를 맺은 수많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미국의 자동차 판매왕 조 지라드(Joe Girad)는 평생 우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이 약 250명에 불과하다고 하였고, 사회학자 솔라 풀(Sola Pool)은 약 3,500명과 중요하게 알고 지낸다고 하였습니다. 하루에도 스쳐 가는 수백 명의 사람, 짧게라도 대화를 나누는 수십 명의 사람 모두 우리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존재들입니다.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 잠시라도 존재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연결된 이 사람들은 하나님이 의미 있는 존재로 나에게 두셨습니다. 천지 만물을 지으시고 우주 위에 운행하시는 하나님은 지금 눈앞에 나타난 현상들을 우연으로 두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올바로 살아가는 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입니다.

나의 전문분야는 복막 전이암을 복강경 수술로 치료하는 것입니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대부분 남은 수명이 수개월에 불과한 분들입니다. 내 진료실에는 오늘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내가 그들의 병을 고치는 의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나를 찾아옵니다. 그들은 수십 평생 살아온 각자 삶의 짐을 잔뜩 짊어지고 내 앞에 앉아서 그 고통의 보따리를 풀어 놓습니다. 환자의 질병을 보기 전에 그들의 마음을 봐야 하고 영적인 상태를 점검해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의 그들의 존재를 이해할 때 비로소 사람을 대하는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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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