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누구인가?2020. 3. 18. 08:57

마르다는 마리아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바쁜데 하나도 돕지 않는데다가 혼자만 은혜 받겠다고 예수님 발치에 앉아서 싱글거리며 말씀을 듣고 있으니 얼마나 얄미웠겠습니까? 언뜻 보면 마리아가 이기적이고 마르다가 더 헌신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말씀을 듣는 것과 접대하는 것을 비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말씀을 듣는 것은 귀한 일이고 접대하는 것은 하등하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습니다. 마르다의 봉사가 있었기 때문에 마리아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있었고 반대로 마리아가 예수님과 대화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르다가 음식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각자의 역할은 적절하였고 누가 틀린(wrong) 것이 아니라 다만 그 역할이 다를(different)뿐이었습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주를 섬기듯 온 정성을 쏟아 감당할 때 우주적인 교회로서의 세상 전체가 올바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 좋은 편을 택하고 그 가운데서 은혜를 누리면 됩니다. 일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이해하고 그 가운데서 주님의 뜻을 이뤄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일하다 보면 그룹 내에서 서로 갈등이 있게 마련입니다. 남들은 나와 같은 사람이 아니어서 나처럼 생각하지 않고 나처럼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함께 뭔가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보기엔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엉뚱하게 일하는 것 같이 느껴지면서 비판을 하게 됩니다. 물론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 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고 해서 다 잘못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지으신 존귀한 존재들을 우리가 비판하고 판단할 자격이 없습니다.

또 내가 보니 죽은 자들이 큰 자나 작은 자나 그 보좌 앞에 서 있는데 책들이 펴 있고 또 다른 책이 펴졌으니 곧 생명책이라 죽은 자들이 자기 행위를 따라 책들에 기록된 대로 심판을 받으니 계20:12

예수님만이 생명책을 펼치시고 심판하실 권세가 있습니다. 우리는 다만 형제를 존귀하게 여기고 사랑으로 섬기기만 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이 영혼을 생각하실 때 얼마나 귀하게 여기시는지 그를 영원히 살리시려고 가장 귀한 아들을 대속 제물로 주셨습니다. 그 사람의 가치는 하나님의 아들과 동일합니다. 이런 귀한 사람을 우리가 섣불리 판단하고 정죄해서는 안 됩니다.

몇 번 호스피스 봉사자 교육에 가서 강의하면서 그곳에 모인 봉사자들께 부부가 행복해지는 요령이 무엇인지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 비결은 바로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에 있습니다. 아무리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라 하더라도 수십 년을 같이 살다 보면 갈등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하나님은 71억 인구를 모두 다르게 지으셨기 때문에 내 배우자도 분명히 나와는 다릅니다. 틀렸다고 판단하기 전에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면 서로 싸울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 독특함이 있기 때문에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느껴지는 것이고 그래서 결혼까지 했는데 왜 나처럼 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서둘러서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 ‘나와는 다르네!’라고 말하는 지혜를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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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