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누가 선교사인가2020. 3. 16. 19:55

통합선교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이 통합선교를 궁금해 하면서 그게 뭐냐고 묻습니다. 통합선교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통합’이 무엇인가를 설명해야 합니다. 감기가 걸려서 병원에 가면 의사는 환자가 호소하는 각각의 증상에 맞춰 약을 처방합니다. 약을 받아보면 열 내리는 약, 가래 삭이는 약, 소염제, 기침약, 콧물약…. 이런 식으로 구분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구성요소를 모아놓고 ‘통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진정한 통합은 바로 한약과도 같은 것입니다. 감기약을 지었더니 비닐 봉투에 들어있는 물약을 줍니다. 그 안에는 증상을 개선하는 다양한 성분이 들어있겠지만 먹는 사람은 뭐가 뭔지 구분하지 못하고 갈색 물약을 마시게 됩니다. 진정한 통합은 여러 개 구성 요소가 이렇게 하나로 녹아서 한 가지 색을 내는 것을 말합니다.

기존 선교가 목사님들이 중심이 되어 복음 증거에 치중되어 있다면 통합선교는 다양한 형태의 전문성이 가미되어 삶의 전 영역을 다루는 선교라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약을 먹든지 한약을 먹든지 병이 나아야 합니다. 병이 나아야 한다는 목표는 훼손되지 않고 어떤 일을 하든지 일관된 방향성을 가져야 합니다. 통합선교의 목표는 한마디로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Missio Dei라는 말은 1934년 칼 하르텐슈타인(Karl Hartenstein)이라는 독일의 선교신학자가 주창한 개념으로 1952년 윌링겐(Willingen)에서 열린 에큐메니칼 진영의 세계선교협의회(IMC)에서 채택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에큐메니칼 진영의 견해는 선교는 하나님께서 세계 속에서 하시는 모든 것을 말한다는 것이었고, 복음주의 진영은 이 용어를 삼위의 하나님이 선교의 주체라는 뜻으로 사용하였습니다.

더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가 녹아서 내 모습이 드러나지 말아야 합니다. 말씀 사역에 의료 사역을 더했기 때문에 통합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지역사회 개발이라는 도구로 선교를 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통합선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통합의 정도는 스펙트럼을 가집니다. 통합은 마치 우리의 삶이 성화되어 가듯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써서 조금씩 이뤄가야 할 과제입니다.

선교훈련을 받고 나서 선교지가 결정되게 되면 파송하는 교회와 더불어 사역계획에 대해 논의하게 됩니다. 많은 선교사가 일 중심의 계획들을 세우게 되며 선교지에서 감당해야 할 일들을 결정합니다. 통합선교의 관점에서 보면 선교사들이 빠질 수 있는 중대한 오류를 쉽게 찾아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선교적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업적이 아니라 선교지의 사람들도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인격체이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선교의 주체이시라는 Missio Dei를 선교 현장에서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어떠한 일보다 앞서는 것은 주님이 베풀어 주시는 사랑입니다. 하나님이 그들을 사랑하시듯이 그들의 고통받는 현실에 공감하고 그 삶 전체를 주님 구속의 역사 아래에 놓이도록 돕는 일이 바로 통합선교입니다.

통합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여러 가지 구성요소를 모아놓기만 하면 통합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내가 일하는 병원도 통합의학센터를 수년 전에 출범하고 통합의학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자의 육신을 돌볼 뿐 아니라 영혼과 마음을 돌보는 일에는 구성원 모두가 같은 강도의 부담감과 책임의식을 갖고 대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통합의학을 한다는 많은 센터가 양방과 한방이 같이 있다거나 양방의 현대의학에 덧붙여 보완대체의학을 같이 하는 것을 통합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물론 팀원 각자의 고유한 역할이 있기는 하지만 환자 전인의 회복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이루려는 노력은 모두가 다 같이 해야 합니다. 목사는 복음을 전하고 영적으로 돌보고 상담가가 마음의 치유를 감당할 것이기 때문에 의사는 육신의 병만 잘 돌보면 된다는 식의 사고는 진정한 통합이라 볼 수 없습니다. 또 치유하시는 하나님께 대한 신앙을 빼놓고는 통합적 치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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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