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누가 선교사인가2020. 3. 16. 19:57

선교 훈련을 다 마칠 즈음에 사역 계획서라는 문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그 것은 사역지에 부임해서 어떻게 선교할 것인가에 대한 청사진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문서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 선교사로서 의료가 낙후된 B 국의 소형 병원에 가서 내가 가진 의료기술을 가지고 이런 방식으로 선교한다면 성공적일 것 같았습니다. 목회학을 공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간 해왔던 제자훈련이나 복음 전도 훈련 등 모든 것이 합력하여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가득해 있었습니다. 이 사역계획서는 선교단체와 파송교회에 제출하였고 이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1년 동안 마지막 선교훈련을 받으면서 그간 얼마나 협소한 시각을 갖고 있었나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통합선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강의도 듣고 삶의 현장에서 살아 있는 교육도 받아서 머리로는 다 아는 것 같았는데 그것이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는 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있고 나서 소중히 간직해왔던 그 문서를 찾아서 찢어 버렸습니다.

도대체 통합선교가 뭐 길래 가치관이 확 변해버렸을까요?

내가 받은 선교훈련에 의하면 전문인 선교는 전문성을 이용해 제자를 택해 세우고 훈련시킨 후 자생 가능한 교회를 개척하는 일로 귀결되는 사역이었습니다. 실제로 2만 명에 육박하는 한국 선교사의 사역 형태중 교회개척과 제자훈련 비중이 61.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합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선교 형태의 문제점은 전문성 자체를 선교로 이해하기 보다는 접촉의 기회나 선교의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일상의 모든 영역을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하여 주님의 것으로 드린다는 것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면 ‘선교지에 이사 가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잘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세계 상황은 선교의 전후방이 사라지고 우리가 속해있는 곳이 바로 선교지라 할 수 있으므로 지금 이곳에서 잘 살아드리는 것이 가장 훌륭한 선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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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