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누가 선교사인가2020. 3. 16. 19:52

한 교회에 이틀간 선교 집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첫째 날은 미국의 유명한 대학의 박사학위를 받고서 선교사가 되어 선교지에서 후진을 양성하는 선교사가 오기로 되어 있었고, 둘째 날은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직장에서 늘 모범을 보이며 올바른 신앙인의 삶을 살아가는 한 자매가 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이틀 중에 하루만 참석해야 한다면 누구의 집회에 가겠습니까?
십중팔구는 첫째 날의 집회를 선택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누가 더 하나님의 선교를 잘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 교회에 편만하게 펼쳐진 성공 주의는 선교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소위 성공을 한 사람이 선교하면 많이 내려놓은 것으로 인정되어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게 됩니다. 편하게 갈 수도 있는데 더 많이 내려놓았기 때문에 헌신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입장은 다릅니다. 하나님이 선교의 주체라면 모든 사람을 그 선교에 최적화되도록 사람들을 배치하고 사용하실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선교’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사소하게 여기는 영향력이 별로 없을 것 같은 사람도 너무 귀하게 쓰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섣불리 그 각자의 역할을 판단하거나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이 두실만하니까 두시는 것이고 보실만하니까 지켜보시는 것인데 무슨 큰 잘못이나 한 것처럼 추궁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 나라에서 우리 각자에게 맡긴 고유한 역할을 기억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의 연합 가운데 하나님의 선교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지체들이 서로 상합하고 연락하여 만들어지는 교회에서 더 약하게 보이는 지체가 더 요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은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얼마나 하나님과 친밀한가에 대한 것입니다. 모두가 선교지로 나갈 수는 없으며 누군가는 파송된 선교사를 위해 기도해야 하고 누군가는 선교사를 후원하기 위한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생산 활동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 모든 사람의 역할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하나님의 선교’라는 작품으로 만들어집니다.

선교지로 나가기 전에 후원 교회를 연결하기 위해 몇 교회를 다니며 제 소개를 하였는데, 어디를 가나 목사님과 성도들이 나에게 던진 말은 항상 같았습니다. 잘 나가던 외과 의사라는 직업을 관두고 선교사가 되었으니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의 호의에 감사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내가 의사라서 더 가치를 매겨주는 것 같은 분위기는 매번 나를 힘들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내가 가진 고유한 최고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비교적 높은 사회적 신분에 대한 대우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2만 명의 선교사들이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복음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데, 그분들의 헌신을 귀하게 여기고 우리가 도울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협력해야겠습니다.

Posted by 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