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일을 한다는 것을 마치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뭔가를 해 드리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내가 누구누구를 먹였고 누구누구를 위해 기도했고 누구누구를 위해 복음을 전했다고 말하며 또 하나님의 교회를 위해서는 무슨 일을 했는지를 말합니다. 하나님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한 결과 이러이러한 열매를 맺게 되었다고 자랑합니다.
바로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런 관점은 철저히 버려야 합니다. 그 주권이 하나님께 있다면 내가 무엇을 해도 하나님이 하셨다고 고백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먹이시고 하나님이 전하신 것입니다. 그분께 모든 영광을 돌려야 함에도 우리가 그 전부 혹은 일부를 가로챈다면 그것은 자녀의 도리가 아닙니다. 특히 열심을 내는 그리스도인일수록 더 이런 함정에 빠지기가 쉽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이런 사역을 허락하셨을까요? 하나님의 일을 잘 나타내는 성경구절이 있습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 하시니 요6:29
예수님을 찾아온 무리가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하나님의 일을 하오리까?’라고 물었을 때 예수님이 대답하신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 즉 예수님을 믿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일이라고 대답하고 계십니다. 이 믿음은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보내심을 믿는 것이며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최고의 사랑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믿음은 생각뿐인 허상이 아니라 우리 삶에 실체로 드러납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히11:1
믿음은 사람의 생각에 좌우되는 주관적 실체가 아니라 객관적인 것을 가리킵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의 믿음에 확신을 더하는 근거입니다. 다시 말하면 믿음은 그리스도인이 객관적 실체를 확신하는 것입니다. 보지 못하는 것들은 종말론적 미래에 나타날 사건을 시사합니다. 이 미래지향적인 믿음은 미래를 내다보며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고 담대하게 나아가게 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서 교회를 섬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열심이 하나님 나라의 상급으로 이어지려면 지나친 분주함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하나님의 일은 예수님을 믿는 믿음으로 정의되는 것을 기억하고 뭔가를 하려고 일을 만들기 이전에 잠잠히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제대로 하려면 하나님만 바라보는 모습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오는도다. 시62:1
내가 하는 한 집사님은 교회에서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주일에는 아침 일찍 교회에 가서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주일 낮 예배에서 성가대를 섭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주방 봉사를 하고 오후 예배를 드리고 뒷정리를 하고 나면 저녁이 다 되어서 집에 옵니다. 수요일의 수요예배와 거의 날마다 새벽기도를 나가고 금요일엔 철야 기도회를 갑니다. 목요일엔 구역 모임에서 구역장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집에 있는 남편과 아이들은 엄마 없이 지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 시간을 교회에서 지내다 보니, 그분의 믿지 않는 남편은 완전히 찬밥 신세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정의 평화를 위해 꾹 참고 산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 집사님은 오늘도 남편의 영혼 구원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내가 존경하는 한 목사님은 새 교회에 부임하고 나서 제일 먼저 금요철야 예배를 없앴고 주일에도 부인들이 최대한 집에 빨리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를 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가정에 더 충실하게 되어서 그런지 평생 교회 문턱을 밟지 않았던 많은 남편이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가 하여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리 하나님 일을 열심히 한다 해도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열매가 맺히지 않고 받을 상급도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은 허상이 아니라 사랑으로 완성되는 믿음의 실체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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