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누가 선교사인가2020. 3. 16. 19:49

통합에 대한 이해가 있었던 후로 삶의 전 영역에 큰 변화가 왔습니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해 보이겠지만, 그 내면의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수술하기 전날에는 늘 다시 한 번 교과서를 펴보고 최근의 치료 경향에 대해 논문을 읽곤 했습니다. 그 환자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치료를 해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예로 수백 명의 급성충수염 환자의 상처 감염률이 1% 내외였었는데 거의 전무후무한 기록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결과였습니다. 치료를 잘 받고 퇴원하는 환자들이 고맙다고 할 때마다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십 분의 시간을 주신다면 좋은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대부분 환자는 컴퓨터에 들어있는 다리예화 그림을 보면서 복음을 제시받았고 그중 많은 분이 예수님을 영접하였습니다.

통합선교를 접하고 나서 눈에 보이는 저의 진료 패턴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의료 행위 자체가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되기를 바라면서 더 진심으로 환자를 대하게 되었습니다. 직업은 세상의 한 가지 도구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피조 영역입니다. 무질서, 타락, 죄, 질병, 고통, 모든 어그러짐 가운데 있는 사람과 모든 피조물이 회복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의료는 단순히 질병에 대한 돌봄이 아니라 전인격의 회복과 치유를 도움으로 구원에 이르는 연속선상에 있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화상 환자를 치료하면서 날마다 돋아나는 새 살을 보면서 거기에도 하나님의 구속하심(구원)이 존재함을 느꼈습니다. 소독약만 몇 번 발라줬는데 일주일이 지나 실밥을 뽑으니 말끔하게 붙어 있는 상처를 보면서 거기에서도 완성을 향해 가는 구원의 단계들을 보았습니다.

여기 제시한 의료 말고도 어떤 직업이든지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공사장에서 하는 허드렛일부터 고위직으로 정치하거나 법관으로 일하는 것까지 모두 구속되어야 하며 복음의 메시지로 드러나야 합니다.

심한 담낭염으로 개복수술을 받은 환자분이 있으셨습니다. 웬만하면 복강경으로 수술할 텐데, 너무 심해서 하는 수 없이 개복했던 분입니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이 있으셔서 상처가 잘 나을 것을 염려하기도 했는데, 봉합해놓은 상처가 한 열흘 후에 붙지 않고 다 벌어졌습니다. 병동에서 난리가 났다고 연락이 와서 올라가 보니, 아들이 와서 차트를 집어던지고 욕지거리가 난무했습니다. 그 험악한 상황에서 그 보호자의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모욕적인 말도 들어가며 마음을 달래줘 가며 두 주 정도 잘 치료하여 상처가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 아들이 나에게 찾아와서 ‘이제부터는 선생님을 봐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환자의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많은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도리어 긍휼히 여기는 마음으로 성심껏 치료해드린 것이 그 아들에게도 전해졌던 것 같습니다.

Posted by 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