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구속(Redemption)2020. 3. 17. 12:01

기도를 해주려고 기도제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요즘은 모든 게 형통해서 특별히 기도할 것이 없다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좋은 직장과 집이 있고 자녀들은 다 공부도 잘하고 건강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고….’ 이런 상황들을 보면서 꼭 부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도리어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을 받으며 어려워하고 있는 사람이 더 행복할 수도 있습니다.

일부러 고난에 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장 반발이 생길 것입니다. 예수님 믿고 행복하게 잘 살고 싶은데 고난을 겪으라면 반갑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고난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좀 다릅니다. 왜냐하면, 고난 가운데 있으면서도 기쁘고 평안함이 깃들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우리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분명히 힘들어해야 하는데 어려울수록 더 차분해지고 의연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며 그 표정은 울상이 아니라 기쁜 미소가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기도할 제목이 없을 정도로 평안하다는 것은 도리어 자신이 주님의 십자가를 제대로 지고 그분을 따라가고 있는가를 돌아보아야 할 징조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기도는 할수록 더 구할 제목이 많아지게 되고 어려운 일을 겪을수록 더 큰 어려움이 닥치게 마련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버지 하나님 앞에 장성한 자녀로 서가는 것입니다.

기독학생회 후배를 만나 식사를 하고 교제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 형제는 성품도 온화하고 매사에 열심인 친구여서 평소에 내가 참 좋아합니다. ‘요즘 뭐 어려운 일이나 기도 제목 같은 것 있으면 얘기해봐. 형이 기도해줄게.’ 이렇게 물었더니 잘 지내고 있어서 특별히 기도할 만한 제목이 없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이 땅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고난인데 왜 어려운 일이 없겠냐고 다그치다 보니, 갑자기 선배라고 괜히 생색내는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늘 겸손하고 온유한 그 후배에게 도리어 내가 많이 배워야하는데 말입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드러내지 않고 골방에서 진심어린 마음으로 기도해주는 사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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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