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하나님과 친하다2020. 3. 17. 12:10

고3 엄마가 수능을 앞둔 자녀를 위해 기도를 했습니다. 대학에 꼭 진학해서 쓰임 받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학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명문대도 아니고 4년제라도 가게 해달라고 구했는데 야속하게도 안 들어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과한 욕심을 부린 것도 아닌데, 자녀가 대학에 떨어진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것이 아니냐고 염려를 했습니다. 하나님은 이 엄마의 기도를 과연 들어주지 않으셨을까요?

또 이르시되 너희 중에 누가 벗이 있는데 밤중에 그에게 가서 말하기를 벗이여 떡 세 덩이를 내게 빌리라. 내 벗이 여행 중에 내게 왔으나 내가 먹일 것이 없노라 하면 저가 안에서 대답하여 이르되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문이 이미 닫혔고 아이들이 나와 함께 침소에 누웠으니 일어나 네게 줄 수가 없노라 하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비록 벗됨을 인하여서는 일어나 주지 아니할지라도 그 강청함을 인하여 일어나 그 소용대로 주리라. 눅11:5~8

밤에 친구가 찾아왔는데 대접할 게 없어서 염치를 무릅쓰고 벗에게 가서 떡을 달라고 간청을 합니다. 구체적으로 세 덩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결국, 원하는 것을 얻게 되었는데 그것이 이루어진 이유를 ‘간청함’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런 간절함이 있다면 요구한 대로 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그를 향하여 우리가 가진 바 담대함이 이것이니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으심이라. 요일5:14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위해 구체적으로 간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에 못 가게 된 것은 기도를 응답하신 것이 아니라 그의 뜻에 합당한 대로 들어주신 것입니다. 빌립보서 4장에는 기도에 대해 자주 인용되는 권면의 말씀이 나옵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빌4:6~7

모든 일에 대해 기도하라는 말씀인데 염려하지 말고 감사함으로 기도하라고 말씀합니다. 그런 기도의 결과는 평강입니다. 마음과 생각이 하나님이 주시는 것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그것은 기도한 대로 일이 이루어지는 현상보다 더 중요한 평안이 올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평안이 찾아온 것에 대해 응답하셨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막11:24

우리가 무엇이든지 구하는 바를 들으시는 줄을 안즉 우리가 그에게 구한 그것을 얻은 줄을 또한 아느니라. 요일5:15

이 성경 구절들을 보면 앞으로 이루어질 것에 대해 기대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졌음을 믿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믿었다면 이미 받은 것입니다. 대학 가기를 기도했다면 대학을 가든 안 가든 하나님께서 이미 구한 것을 들어주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대학을 가지 못하게 되었더라도 가장 좋은 응답으로 주셨다는 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도한 엄마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하나님이 그 자녀에게 가장 좋다고 여기는 것은 비교도 할 수 없을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하나님이 사랑하는 자녀에게 주신 가장 좋은 것을 감사함으로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관심사는 자녀가 대학을 가는 것에 있지 않고 그 엄마가 하나님 앞에 나왔다는 것과 어려운 문제를 하나님 앞에 내어 놓고 구했다는 사실 자체입니다. 그 어려움 때문에 당장에라도 죽을 것만 같았는데 기도를 했더니 놀라운 평안이 찾아왔다면 그 순간 응답을 받은 것입니다. 하나님은 대학에 떨어진 그 자녀에게도 동일한 사랑을 베푸시고 계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십여 년 전에 원인 모르게 복막염이 생긴 환자가 점점 악화가 되고 치료가 안 되자 내과로부터 복강경 검사를 의뢰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배는 단단하고 카메라를 넣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조직도 얻고 복막의 소견도 얻었습니다. 결국, 복막결핵으로 확진되어 치료를 시작했지만, 환자는 회복하지 못하고 한 달여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이때부터 그동안 나타나지도 않았던 별거 중인 부인과 한 남자가 내 진료실을 계속 찾아와 복강경 수술의 후유증으로 환자가 죽었으니 책임지라고 윽박지르고 소비자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매번 찾아와서 큰소리치고 가는 그들 때문에 아주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기도하면서 사소한 일에 연연해 하지 말고 그들을 긍휼히 여기라는 말씀을 듣고 마음이 갑자기 평안해졌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찾아왔는데, 더는 심장이 벌렁거리지 않았고 침착하게 대면할 수 있었고, 도리어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로 다시는 찾아오지도 않았고, 담당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애초에 요구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원만하게 합의를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의 기도를 평안으로 응답하신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Posted by 소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