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복을 주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나에게 주신 복은 무엇입니까? 나에게 모든 것이 풍족하여 부족함이 없는 것, 내가 겪는 어려운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 그리고 남이 가질 수 없는 것을 누리는 것 등을 복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성경이 제시하는 복은 조금 다른 개념입니다.
수년 전에 퇴근하면서 우연히 극동방송에서 나오는 한 목사님의 설교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은 하나님께서 복을 주셔서 그 교회의 장로님을 형통하게 하셨고 최근에 아파트 평수가 넓은 곳으로 이사했을 뿐 아니라 차도 좋은 차로 바꾸었고 자녀도 복을 주셔서 서울의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설교를 들은 많은 분은 하나님을 믿을 때 받는 복이 이런 것들이라고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한번 가져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으며 너무 선한 삶을 살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사회의 저변 층인 사람과 온갖 나쁜 짓을 일삼고 사람들에게 죄를 짓는 삶을 사는데도 온갖 재물과 명예를 다 누리는 사람이 있다면 과연 누가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입니까?
그 목사님의 설교대로라면 누가 과연 복을 받은 사람인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한국인의 정서에는 기복주의, 성공 주의 등이 삶에 배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의 특성이 고스란히 교회에도 반영되어 진정한 하나님의 복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복에 관한 대표적인 성경 구절로 시편 1편과 예수님의 산상수훈을 들 수 있습니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시1:1
시편 1편의 복은 히브리어로 ‘에쉐르’인데 이것은 ‘아솨르’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구약에서는 복을 의미하는 히브리어가 ‘바라크’와 ‘아솨르’가 있습니다. 바라크는 415회 사용되었는데 주로 하나님이 누군가를 축복할 때 하나님에 의해 사용되었거나 신적 권위를 가진 대리인에 의한 축복선포 때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바라크는 하나님의 축복을 가리키는 가장 일반적인 단어로 인간의 선행에 관계없이 창조주 하나님이 인간의 산업, 육체, 후손에 내려주는 복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아솨르는 44회가 사용되었고 하나님과의 인격적 교제 안에서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자에 대한 보상으로 내리는 복에 대해 인간이 고백 또는 기원하는 형식으로 사용되었습니다. 70인역에서는 마카리오스로 번역되었는데 이 단어의 특징은 하나님 나라에의 참여를 통해 오는 특이한 즐거움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다는 점입니다. 시편 1편에서 언급된 복은 하나님 나라의 복을 예표하는 것으로 하나님 나라에 참예함으로 성도가 누리는 복을 의미합니다.
마태복은 5장 1절~12절과 누가복음 6장 20절~23절에 쓰여 있는 산상수훈에 나오는 복은 위에서 설명한 마카리오스입니다. 마태복음의 복은 종말론적인 축복을 약속하는 것으로 육체적 안락을 넘어 하나님 자녀로서 누리는 궁극적인 평안과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한 인간의 유복한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하나님이 주시는 복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물질과 건강의 축복을 받는 것이 안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진정 구해야 할 최우선 순위의 복은 하나님과 얼마나 친해지는가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모든 것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입니다.
우리 형제들은 5남매인데 그 직업이 각각 목사, 전도사, KAIST 출신의 과학자, 두 명의 의사입니다. 미혼 시절 잠시 교회를 다니셨었는데 생활고에 시달리시면서 수십 년간 교회에 발걸음을 끊었다가 다시 믿기 시작한 어머니와 어머니의 전도로 최근부터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신 아버님에게 자녀들은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주 깊은 산골에서 자라난 광부의 자녀들이 이렇게 장성해졌으니, 사람들은 하나님이 복을 주셔서 자녀들이 하나같이 잘 되었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정말 부러워해야 할 것은 좋은 직업이 아니라, 믿음으로 세워진 가정과 하나님과의 관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정말 부러워해야할 가치를 하나님과의 친밀함에서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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